훗날 누군가가 그해 여름의 촛불 집회를 역사의 한 장면으로 기술한다면 어떻게 표현할까? 시민 참여의 경이적인 규모와 새로운 양상의 가능성을 보여 준 민주주의의 거대한 군무로 평가할 수 있겠다. 아니면 극좌 성향의 단체들이 선동한 무질서하면서도 폭력적인 소란으로 규정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전자의 입장에서는 전경 버스를 태우려 시도했던 일이 아주 사소한 해프닝으로 언급할 가치조차 없을 것이다. 하지만 후자의 입장에서는 폭력 시위의 뚜렷한 증거로 그 사건을 들이댈 것이다. 누가 어떤 자료를 남기며, 사가가 어느 자료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역사의 내용은 완전히 달라진다.
불과 얼마 전 우리 눈앞에서 벌어진 일도 보기에 따라 이토록 상반된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 그래서 보통 역사는 신문기사와 달리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에 기술의 대상으로 삼는다. 가능한 정확한 평가를 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가진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간혹 정치가들은 그 시간의 간격을 아전인수로 해석하며 역사의 심판을 위한 기간이라고 한다. 하지만 며칠 전에 일어난 사건도 정확히 파악하여 묘사하기 어려운데,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 어떻게 제대로 기록할 수 있을까? 그것도 제한된 사료를 바탕으로, 쓰는 사람의 해석과 평가를 덧붙이는데 말이다. 미국 작가 마이클 그루버는 장편소설 《바람과 그림자의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소설가의 주장이어서 허구처럼 들릴 수도 있겠다. 그러면 이런 한마디는 어떤가?
- '상식의 힘 - 상식을 뒤엎을 줄 아는 상식' 본문 253p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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