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Books2009. 9. 23. 06:30

- 저자 : 김영민
- 출판사 : 글항아리
- 출간일 : 2009. 08. 14
- 분량 : 352p


○ HanbajoKhan

 

추억이 특별히 이미지로 제시되는 '차이'에 기댄다는 것은 누구든 범범하게 할 수 있는 말이지만, 매우 중요한 이치의 실마리가 되기도 합니다. 가령 옛 사진 속의 모습이 지금의 내 모습과 완벽히 일치한다면 '쫓아 올라가 생각할'(=추억할) 거리가 아예 없는 셈입니다. 거울 속의 자신을 보는 바로 그 순간의 즉자적 체험에는 추억이 기생할 여유가 없습니다. 하나마나한 소리이지만 사진이 추억을 불러오는 매체가 되는 것은 바로 그 차이를 박아놓기 때문입니다. 그 중에서도 영정影幀 사진은 이 논의에서 묘한 위치를 점하는데, 특히 사진 속의 망자가 활짝 웃고 있다면 추억의 기반이 되는 이 차이가 극(대)화됩니다. 그 웃음은 망자가 마치 자신의 죽음을 알지 못한다는 인상을 주고, 이로써 죽음과 삶이라는 차이에 망자의 무지라는 덤의 차이까지 덧붙어 추억의 강도와 그 절실함은 한결 강화되는 것입니다.
- '영화인문학 - 봄날은 간다(8월의 크리스마스)' 본문 167p 중에서 -

 

합법적인 틀에 의해 보호받는 체계는 내부자에 의해 내파內破되기 어렵고, 체계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개인들의 각성과 투쟁은 머지않아 진화되거나 내재화되기 쉽다. 역사가 숱하게 증명해주었듯이 제 나름대로 합법적인 형식을 이룬 왕국은 그 행악이 수미산을 이루어도 결코 스스로 변신하거나 몰락하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엄석대의 체계도 개인 한병태의 결심과 투쟁이 아니라 그 체계 자체를 괴악하게 여겼던 외부자(김 선생)의 막강한 폭력에 의해서 한순간에 무너지고 만다. 모든 제도의 궁극적 건강성은 그 제도를 근원적으로 낯설게 대하거나 그 체계를 발본적으로 의문시하는 가욋사람들의 비판적 연대에 기댄다. 파리대왕이 생겨나는 것은 세속의 운명이지만, 그 파리대왕이 독수리대왕으로 자라게 두는 것은 우리의 타락이다.
- '영화인문학 - 파리대왕을 죽이는 법(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본문 222p 중에서 -


어렵다.
통상적인 영화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대부분이건만..
이 책은.. 그 반대인 것 같다..

 

저자의 인문학적인 사유 주제들을 영화라는 작품을 통해 알기 쉽게 전달하려고 한 것 같지만..
나같은 소인에게는 친근한 영화라는 툴을 가지고 접근해도 그다지 쉽게 알 수는 없었던 것 같다..
요즘에는 즐겨 찾는 문장과 단어가 아니라서 더욱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단어의 쓰임새 또한 저자 나름의 정의로 규정짓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감정은 복잡 미묘하다는 것이 정답일 듯 싶다..

 

보통 이런 부류의 책을 읽고 나면 '아~ 이 영화는 한번쯤 봐야 되겠군'이라는 생각이 들법도 한데..
이 책에서 이 영화에 대한 부분을 읽고 나서 영화를 보면 또다른 복잡미묘한 생각이 들 것 같다는...
안그래도 머리속에 이런 저런 생각들이 돌아댕기고 있는데 말이다...

 

하지만 그만큼 또 얻는 것이 그것이 아니겠는가..
머리속이 그만큼 혼란스럽고 이것이 무엇이고 저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고.. 또 알 수 없어서 괴롭다면..
이것은 또 하나의 껍질 벗음이 아니겠는가..
그 과정을 통해 또 다른 방향성과 결과물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결과물이 손에 쥘 수 있는 구체적인 것이든 형언할 수는 없지만 마음 한 구석에 똬리를 틀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든 말이다..

 

어쨌든 이 책은 추천하기도 그렇고 추천하지 않기도 그렇다..
추천한다면.. 또다른 얻음이 기다리고 있기에..
추천하지 않는다면.. 머리 아프기에 그렇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저자의 책이 어렵다고 말한 독자에게 저자가 언급한 것처럼..
어렵게 느껴지는 책을 찾아서 읽다보면 그 깨우침 또한 크지 않을까 하는 위로를 해본다.. 인내심을 갖고 도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
그 결과가 비록 내가 원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말이다...

 


 

Posted by HanbajoKh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