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Books/발췌2009. 11. 11. 08:55
지식ⓔ
사 전적 정의는 아니겠지만 그 두 가지를 굳이 구분하려는 당신의 의도는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사회라는 것이 어차피 정치적인 시스템이라면, 인간이 어차피 정치적 동물이라면, 그 어떠한 사회적 발언도 정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것 아닌가. 예를 들어 노무현 노제에는 그 죽음의 여파를 따먹으려는 현실정치판의 여러 정파들이 까마득히 포진해 있었다. 그 정치적 정글의 한복판에서 '나는 보편적 양심에 호소하는 발언을 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하는 것은 일종의 백치미 아닌가.

탁현민
그런 문제라면 광우병 관련 발언으로 뒤늦게 큰 고초를 치르고 있는 배우 김민선의 예가 더 적절할 듯하다. 보수진영은 "김민선은 공인이므로 그 사회적 발언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실제로 고소까지 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라. 김민선이 한 번이라도 자신의 발언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겠다고 한 적이 있는가. 만약 김제동을 비롯한 연예인들이 사회적 발언을 했던 것이 실정법에 저촉되는 행위였다면 논란 이전에 실정법의 처벌을 받는 것이 상식적인 수순이다. 보수진영에서는 그들이 연예인이기 때문에 무책임한 발언을 하면 안 된다고 공격하지만, 사실상 연예인들은 다 책임을 지고 있지 않은가. 김민선의 발언이 정말 법적으로 책임을 져야 할 만한 것이었다면 법정에서 어떤 식으로든 결론이 날 것이고, 그 판결이 이행될 것이다. 그런데도 왜 저렇게 지레 거품을 물고 난리를 치느냐는 것이다. 그들은 지금 '책임'을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한 압박으로 사회적 발언 자체를 무력화시키거나 원천봉쇄하려는 의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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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얼마 전 김구라에게 사회적 발언을 종용하는 듯한 뉘앙스의 칼럼을 썼는데.

탁현민
최 근 일련의 상황 속에서 시쳇말로 '땜빵'이 된 김구라나 지석진 같은 사람들을 생각해보면 참 씁쓸하다. 한국전쟁 이후로 '무색무취'가 잘먹고 잘사는 유일한 길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의 인식이 문제다. 현실에 대한 함구 내지 변절에 대해 "생활인이기에 어쩔 수 없다"는 논리를 들먹이는 것에 나는 좀 짜증이 난다. "나도 먹고살아야 한다"는 한마디에 모든 분노를 거둬야 하는 상황이 과연 정상인가. 소신, 욕구, 정치적 의지 때문에 때로는 욕도 먹고 손해도 보는 사람들이 있어야 제대로 된 세상 아닌가.

지식ⓔ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얘기일 수도 있겠다. 그런 사람들이 많아야 이 세상이 바뀌겠지만, 무색무취의 처세술이 결과적으로 늘 옳았기 때문에 이 세상이 현재 이런 양상이 된 것 아닌가.

탁현민
나 는 보수우익적인 발언에 대해 근본적으로 분노하지 않는다. 나는 누군가가 어떤 정치적 발언을 하더라도 먹고사는 데 아무 지장이 없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아무 정치의식이 없다"라고 말할 때 박수를 받는 사회가 짜증난다는 것이다.

- '지식ⓔ Season5 - 제발 다른 세상도 상상할 수 있게 해달라' 본문 139p 중에서 -

그래 탁현민 인터뷰이의 말처럼...
'나는 아무 정치의식이 없다'라고 말할 때 박수를 받는 그런 현재의 우리나라 사회가 정말 짜증난다.

100% 공감하는 부분이다.

남들과 시류에 휩쓸리기만 하고.. 자신의 생각을 주장하지도 요구하지도 못하는.. 무색무취..
그러면서 자신은 떳떳한 것처럼.. 아닌 것처럼.. 그렇게 행동하는 것까지...
그런 아무생각없음이나.. 소심함... 부끄럽고.. 얼굴이 화끈거릴 일이다..

정말 현재 우리의 모습은 부끄러움을 모르는 부끄러운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Posted by HanbajoKh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