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어보기2010. 1. 28. 15:22
기업 경영자는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배의 선장이다...

선장의 업무는 배의 키를 잡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오랜 기간 계속되는 항해에서의 복잡하고도 다양한 업무를 꿰뚫어야 한다. 다양한 업무들 사이의 연관관계를 생각하며 항로를 정해야 한다. 선원들의 역할 분담과 인원 배치도 결정한다. 때로는 가고자 하는 항구를 결정해야 한다. 이 모든 일이 선장의 몫이다. 종합적인 판단 능력이 있어야만 내릴 수 있는 결단들이다.
(20p)

이타미 히로유키 지음, 이혁재 옮김 '경영자가 된다는 것 - 인간, 시장, 전략, 결단과 경영의 다이내믹스' 중에서 (예인(플루토북))


"나는 지금 경영자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일까?"
현직 CEO와 임원들이 가장 고민하는 화두입니다.
 
"경영자가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이것은 앞으로 경영자로 성장하려는 중간관리자들이나, 창업을 통해 회사를 운영하려는 '미래의 경영자'들이 가장 알고 싶어하는 주제이지요.
 
삼성전자 부사장이 업무스트레스로 추정되는 이유로 투신자살을 했다는 뉴스가 전해졌습니다. 조직의 규모가 크건 작건, 그것이 기업이건 공공조직이건, 경영자, 간부, 리더는 성취감도 크지만 그만큼 고민도 많습니다.
부하직원들로 인해 가슴이 새까맣게 타들어가기도 하고, 고객과 시장 때문에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합니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전략수립에 밤잠을 설치고, 짙은 안개속에서 매일매일 벼랑끝에 선 심정으로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경영자가 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라는 질문에 대한 멋진 답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경영자가 된다는 것은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배의 선장이 되는 것이다".
이타미 히로유키 히토쓰바시대학 경영학과 명예교수. 미국 카네기멜론대학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고 스탠포드대 경영대학원과 인시아드(INSEAD)에서 강의하는 등 일본은 물론 미국에서도 널리 알려진 석학인 그의 표현입니다. 여기서의 '선장'은 과거 탐험시대나 20세기 초중반 대양을 개척했던 선장이 어울립니다.
 
"선장은 별을 읽어야 한다. 화물주와 승객의 요구 사항, 선원들의 분위기, 배의 특성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모든 것을 감안한 뒤 종합적 판단을 내리는 것이 바로 선장의 임무다.
 
날씨에 순응하는 차원을 넘어, 역으로 날씨를 이용하는 방법도 생각해야 한다. 그저 조류의 흐름을 타기만 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바닷물의 흐름을 이용할 줄도 알아야 한다. 역풍 속에서도 거친 바람을 이용해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을 찾아내는 선장도 있다. 자연의 역학을 이용해야 하는 것이다.
 
복잡한 항로와 항구에서는 자신의 배는 물론 오가는 다른 배들의 특성을 생각하며 선박을 인도한다. 다른 배와 항로가 겹칠 때는 상대가 어느쪽으로 움직일지 예상하면서 자신의 움직임을 결정해야 한다. 비좁은 항구에서는 자신의 배가 만들어내는 물결이 다른 배에 미치는 영향까지 분석해야 한다.
엔진을 꺼도 배가 완전히 멈출 때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관성에 따라 움직임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특히 큰 선박은 움직임이 둔하다. 이렇게 자신의 배와 다른 선박의 물리적 역학을 생각하며 키를 잡아야 한다.
 
선장은 선박과 관련된 인간적 요소도 고려해야 한다. 화물주의 기대를 충족시키려면 날씨가 좋건 나쁘건 목적하는 항구에 예정된 날짜에 도착해야 한다. 선원들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선원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순탄한 항해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태풍이 불 때 화물주의 희망, 선원의 안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단을 내려야 한다. 때로는 화물을 바다에 버려야 한다. 그것 역시 선장의 필수 임무 중 하나다. 선원들을 종종 가혹한 노동 상황에 밀어붙여야 할 때도 생긴다.
 
항해 내내, 특히 태풍이 부는 상황에서는 화물주와 선원 모두 선장만 쳐다본다. 선장은 다양한 인간적 역학의 한가운데에서 선박을 주관하는 존재다. 자연의 역학, 선박의 역학, 인간의 역학 등 다양한 역학 속에서 선장은 결단을 내리게 되는 것이다."
 
경영자가 된다는 것도 비슷하지요. 시장, 기술, 사회, 자본, 조직, 그리고 직원들의 마음을 읽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역학을 이해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하며 결단해야 합니다.
 
보람도 크지만 고뇌도 클 수 밖에 없는 '선장의 숙명', 그리고 '경영자와 리더의 숙명'입니다. 훌륭한 경영자, 좋은 리더가 되려면 이를 이해하고 받아들여야겠지요.

[출처 : 예병일의 경제노트 2010. 01. 25]
Posted by HanbajoKh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