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Books2010. 10. 20. 17:40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저자 : 장동인/이남인
- 출판사 : 쌤앤파커스
- 출간일 : 2010. 09. 01
- 분량 : 292p


○ HanbajoKhan

가장 한국적이지만, 도한 많은 이들이 '이제 더 이상 필요 없다'고 앞다투어 말하는 직장문화가 바로 '까라면 까는' 문화다. 모두들 이 정신의 원흉으로 군대를 지목하고 있으며, 이제 민주적인 기업에서는 이러한 '무식한 논리'는 통용되지 않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른바 '신세대'라 불리는 젊은 직장인들은 세련되지 못한 군대식 업무진행 방식을 혐오하고 배척하며, 이에 기성세대들은 과거 자신들의 행동을 억지로라도 반성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그런데 무조건 비난만 하기 전에 한번 생각해보자. 관점을 달리하면 '까라면 까는' 정신은 더 이상 비민주적인 것도 아니고, '무식한 논리'도 아니며, 퇴출되어야 할 것은 더더욱 아니다. 어쩌면 이 정신이야말로 기업 경쟁력의 핵심이고, 비전을 확정하고 이를 이루어가는 가장 빠른 방법일 수 있다. 미래가 불투명할 때, '까라면 까는' 정신은 기업을 빠르게 변화시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역할을 한다. 회사 내에서의 충성이 단지 인간관계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발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말이다.


우선 다음과 같은 사실(fact)에서 출발해보자. 최고 수준의 글로벌 기업 중 초기의 전략을 그대로 추진해서 성공한 기업은 10%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나머지 90%의 기업들은 초기의 전략을 수정하거나 아예 포기해가면서 새로운 전략을 실천해왔고, 그것이 성공의 발판이 되었다는 뜻이 된다. 이는 본질적으로 기업에 '미래를 위한 청사진' 같은 것은 없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그것은 하나의 이상향일 뿐, 기업의 미래를 '확증'해주는 계획 같은 것은 있을 수 없다. 전투에서도, 인생에서도 마찬가지 아니던가. '이렇게 가자, 이렇게 하면 될 거야'라고 말하지만, 곳곳에 수많은 장애물과 예상치 못한 장벽이 발생해 계획을 틀어놓기 일쑤다.
결국 '청사진', '계획', '의지' 등은 일종의 '증명되지 못한 가설'이라 할 수 있다. 증명되지 않았으니 성공을 장담하지 못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처음의 가설을 현실에 적용해보고, 실패와 성공에 따라 새로운 피드백을 얻고, 그 가설을 또다시 변경하면서 점점 정확한 성공의 목표에 초점을 맞춰나가는 것뿐이다. 실행해보지 않으면 그 가설이 '실패할 가설'인지 '성공할 가설'인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래서 기업은 가설을 실행해줄 직원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는 '아니, 이게 뭐야? 될지 안 될지 모르는 걸 나보고 하라고?', '이런 청사진도 없는 회사 같으니!'라고 불만스러워하면서, 실제 자신이 '가설의 검증'이라는 상당히 중요한 임무를 맡았다는 사실은 알지 못한다. 그래서 이렇게 말한다.
"까라면 까라고? 지금 여기가 군대야? 그런 후진적인 문화가 아직까지... 나, 참!"
기업이 그에게 바라는 것은 까다가 죽으라는 것이 아니다. 그 가설을 한번 검증해보자는 말이다. 당신이 그것을 검증하면, 함게 전진해서 모두 성공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직장인은, 까라면 까야 한다. 맨땅에 헤딩하면서 그 행동의 의미를 이해하고, 성공으로 향하는 틈새를 발견하고, 도저히 넘을 수 없는 장벽에 균열을 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을 회사에 보고하고, 또 다른 가설을 세워주어야 한다.

조자룡이 멋있는 건, 까라면 까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사선(死線)을 넘나드는 전투의 현장에서 누가 두려움이 없을 것이며, 어떤 이가 불평이 없겠는가. 그럼에도 그는 주저하지 않았다. 이와 마찬가지로, 훌륭한 직장인은 까라면 까는 직장인이다. 불평 없이 일에 착수해야 하고, 불가능해 보이더라도 일단은 부딪쳐봐야 한다. 회사의 지원이 부족하다면 혼자의 힘으로라도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았어야 한다. 보라. 조자룡의 뒤에는 아무도 따라오지 않았고, 따라와주기를 기대하지도 않았다. 혈혈단신 단독 진군, 고독한 싸움에 몰입했을 뿐이다.

'까라면 까는' 절대충성의 정신은 회사가 처한 불확실성을 확실성으로 바꿔주는 동력이자, 미래에 대한 불안을 행동으로써 안정으로 바꿔줄 지혜의 담보물이다.

- '공피고아 - 충성과 라인' 본문 114p 중에서 -

이 책을 읽는 내내 뜨끔했다. 많이 찔리기도 했다.
이 책이 100% 정답은 아니겠지만 저자의 주장을 100% 수용했다고 했을 때, 최소한 나에게는 내가 알지 못하는 저쪽 윗사람들의 생각들을 알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들의 생각이 나와 같지 않다라는 생각 또한 들었으며, 슬프지만 굳이 인간적 기준을 운운할 필요 또한 없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말은 개인적인 가치관을 굳이 회사 생활을 하면서 비교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이야기지.

사실 애시당초 회사 생활이라는 것이 그럴 필요가 없는 것이기는 하다.

조직과 나 사이에서 적당한 거리를 두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성과를 보여주고, 거기에 인간적인 배려를 느낄 수 있으면 좋은 것이고 그 배려가 없다고 실망할 필요도 없으며 그 실망의 원인을 기대할 필요도 없다는 말이다.

책에서는 가족과 친한 친구간의 관계도 애시당초 이해관계로 이루어졌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기존에 우리가 갖고 있던 가족/친구 관계에 대한 생각들을 조직생활에서 기대할 필요는 없으며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동안 조직생활을 하면서, 내게는 너무 당연한 일들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들이 이해가 가지 않았었다. 내 생각과 다르다고, 틀린 길을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그 길에서 왜 옳은 길로 돌아가지 못하냐고 열 받을 필요는 없겠다.
다르고, 틀리고, 옳고, 맞고 등등의 단어 조차도 내 기준과는 별도로 생각을 하고 살아야 하는 것 같다.
조직의 기준과 생각이 그렇다면 그에 따라야 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답은 뻔하겠지. 하지만 조직이 도덕적일리는 만무한 것 같으니 그 뻔한 답 또한 그리 만족할만한 답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관건은 적응의 문제일 것이고, 개인과 조직구성원으로서의 분리된 삶을 어떻게 잘 살아내느냐가 문제일 것이다.

모쪼록 지금 회사생활이 괴롭다, 능력도 없는 상사때문에 힘들다, 직장내 인간관계가 어렵다 하시는 분들은 한번쯤 읽어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그러면 이 책은 그대의 생각을 포기해야만 하는 이유를 제시해줄 것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내 생각은 그렇다.
이 책이 옳은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이 제시하는 것들이 필요한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조율할지는 여전히 개개인의 몫이겠지.

Posted by HanbajoKh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