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어보기2010. 5. 15. 12:36
젠더 차이는 쇼핑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나는 최근 전통적인 공구점에 갔다가 이러한 현상을 목격했다. 어떤 젊은 여성이 남편과 함께 배관용품 코너에서 물건을 고르고 있었다. 그때 나이가 꽤 많은 남성 종업원이 발을 질질 끌며 복도를 걸어왔다. 여성은 지나가던 그 종업원을 불러 세운 다음, 남편을 손짓으로 부르며 종업원에게 D사이즈 건전지가 어디에 있는지 물었다.
 
앞치마를 두른 그 종업원은 두꺼운 안경을 밀어 올리더니 정작 자신에게 도움을 청한 여성은 싹 무시하고 그녀의 남편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건전지를 찾고 계십니까? 여기가 배관용품 코너라는 것은 알고 계시겠지요?"

남편은 이맛살을 찌푸리며 아내를 한 번 째려본 다음 무뚝뚝한 목소리로 말했다.
"도와주시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끼리 충분히 찾을 수 있습니다."
그 남편은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았는지 아내에게 퉁을 놓았다.
"당신은 저 남자 앞에서 나를 바보로 만들었어!"

"당신은 아까부터 D건전지를 찾고 있었는데 아직도 못 찾았잖아. 그런데 뭐가 잘못이라고 큰소리를 내? 저 남자는 우리 같은 고객을 도와주려고 이 가게에서 일하는 거잖아!"

남편은 지지 않고 되받아쳤다.
"어떻게 아내라는 사람이 남편을 이렇게까지 망신을 시키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돼!"
남편은 아내를 통로 가운데에 내버려둔 채 시선 한 번 돌리지 않고 성큼성큼 걸어가 버렸다.

남편은 아내가 다른 남자 앞에서 자신을 바보로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아내는 여전히 자신이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남편을 '등신'으로 만들어 버렸다는 사실을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86P)


브리짓 브레넌 지음, 김정혜 옮김 '왜 그녀는 저런 물건을 돈 주고 살까? - Why She Buys' 중에서 (비즈니스북스)


남성의 뇌와 여성의 뇌의 차이가 우리의 학습방식, 놀이방식, 투쟁방식, 감정과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비즈니스 메시지에 반응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저자의 주장입니다. 여성과 남성이 다르니 비즈니스나 마케팅도 그에 맞게 해야한다는 얘깁니다.

'도움요청'에 대한 여성과 남성의 생각 차이를 보여준 위 사례는 미소를 자아내게하면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게 합니다. 이렇게 생각이 다르니 애인이나 부부가 가끔씩 티격태격하는 것이겠지요.

'성취'에 대한 남녀의 차이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표현합니다. 남성은 '독립적인 사람'이 되고 싶어하고, 여성은 '반드시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또 남성은 계급 중심이고, 여성은 관계 중심이라고도 합니다.
그래서 남성은 남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을 나약함의 증거로 여기며, 오직 절망적인 상황에서만 용납되는 선택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여성은 남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영리한 행동일 뿐 아니라, 시간을 크게 절약해 준다고 생각한다는 것이지요.

또 남성은 혼자 힘으로 획득한 '지위'에 따라 자신의 자존감을 평가하고, 여성은 가족관계를 포함해 자신이 평생 구축한 '관계의 질'에 의해 자존감을 평가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관계'를 중시하는 여성이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더 만족스러운 은퇴생활을 할 수 있다고 해석되기도 합니다. 공감되는 부분입니다.
'관계'를 소홀히 했던 남성들은 은퇴후 '지위'를 잃어버리고 나면 당황하게 됩니다. 남성들도 '관계'의 중요성에 대해 눈을 떠야겠지요.

이렇게 다른 점이 많은 여성과 남성. 소비에서 영향력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여성의 심리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저자는 몇가지 조언도 합니다. 여성에게 '공감'은 효과적인 판매도구입니다. 판매원이 자신의 약점을 드러냄으로써 여성 고객과 연결고리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 컴퓨터 프로그램을 처음 설치했을 때 저도 고객님과 마찬가지로 아주 혼란스러웠습니다"라는 말은 여성 소비자에게 편안함을 안겨 줍니다.

'감사표현'도 중요합니다. 여성 소비자에게는 가능한 빨리, 그리고 자주 감사를 표현하라고 조언합니다. 이것이 여성 단골고객을 확보하고 입소문 효과를 만들어내는 길이라는 것이지요.

남녀의 심리 차이, 비즈니스에서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출처 : 예병일의 경제노트,2010. 05. 13]
Posted by HanbajoKh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