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어보기2009. 10. 27. 13:03
어느 정도로 '몰입'하고 '집중'해야 의미있는 성취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그리고리 야코블레비치 페렐만. 예전에 신문 국제면 기사에서 보았던 수학자입니다. 수학계가 100년 동안 풀지 못했던 난제를 해결하고도, '수학의 노벨상'인 필즈상 수상을 거부하고 100만달러, 10억 원이 넘는 상금도 받지 않은 채 서민 아파트에서 은둔하고 있는 러시아의 천재 수학자. 그의 이야기가 신문에 난 적이 있지요. 며칠전 그에 대한 내용이 EBS에서 '사라진 천재 수학자'라는 제목으로 방영됐습니다.
 
페렐만은 1966년 레닌그라드에서 태어났습니다. 16세에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금메달을 받았고, 레닌그라드주립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스테클로프 연구소에서 연구 활동을 시작한 그는 80년대 후반 이후 미국의 여러 대학을 방문하며 수학을 연구했습니다. 1990년대 중반에는 스탠퍼드 대학, 프린스턴 대학 등의 교수 영입 요청을 거절하기도 했지요.
 
페렐만은 2002년 '푸앵카레 추측'에 대한 증명을 인터넷에 올렸습니다. 이 문제는 2년 전인 2000년에 미국의 연구기관인 클레이 수학연구소가 100여년 동안 수학자들을 괴롭혀온 난제 7개를 선정했는데, 그 중 가장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페렐만이 올린 내용은 그후 2년여 동안 검증을 받았고 '참'으로 인정됐습니다. 클레이 수학연구소는 약속대로 100만달러를 상금으로 내놓았고, 이 업적으로 그는 2006년 에스파냐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 수학자 회의에서 '수학의 노벨상'인 필즈 메달 수상자로 선정했습니다.
 
그러나 페렐만은 명예와 돈 모두 거절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노모와 함께 고향인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 허름한 아파트에서 가난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언론에 생계를 위해 버섯을 따는 모습이 잡히기도 했습니다. EBS가 아파트 입구에서 며칠을 기다리며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수염을 기른 모습으로 아파트로 들어서던 그는 인터뷰를 거절했습니다.
 
제게는 TV에 나온 하버드대 등 유명 대학의 수학과 교수들이 한 말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한 교수는 "페렐만이 해결한 문제를 이곳 저곳에서 '설명'해줄 수 있어서 지난 몇년이 너무도 행복했다"라고 말했습니다.
EBS가 페렐만이 사는 아파트 관리인의 말을 인용해 페렐만이 최근에 '충돌'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자, 또 다른 유명 대학교의 수학자는 "페렐만이 무언가를 연구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어서 너무 너무 기쁘다"라고 활짝 웃더군요. 그들에게 페렐만은 '영웅'이었습니다.
 
생활고에 찌든 듯한 페렐만의 얼굴을 떠올리며, 저는 그가 명예와 돈을 '거부'한 것이 아니라 애초에 그것들에 대해 '관심' 조차 없었던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관심이 온통 수학에만 있기에, '수학의 노벨상'이라는 명예나 10억원이라는 거액이 원천적으로 그의 눈에는 들어오지도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 정도로 수학에 몰입한 것이겠지요.
 
얼마나 '몰입'하고 '집중'해야 '길'을 찾을 수 있는 것일까, 사람에게 '행복'이란 무엇일까... 페렐만을 보며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출처 : 예병일의 경제노트 2009. 10. 23]
Posted by HanbajoKh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