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Books/발췌2011. 9. 22. 17:48
드디어 우리는 '진인사대천명'이란 익숙한 말이 얼마나 무서운 교훈을 가지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이 말의 논점은 바로 '진인사', 즉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다한다'는 구절에 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최선을 다해 수행해야 한다. 그럴 때에만 자신이 할 수 없는 것, 다시 말해 겸허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한계 상황에 이를 수 있고, "이것이 나의 천명이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물론 최선을 다한 결과는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것은 모두 나의 역량 밖의 일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결과가 좋아도 감사하게 받아들일 뿐이고, 반대로 결과가 나빠도 겸허하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맹자가 "자신의 도道를 다하고 죽는 것이 바로 올바른 명命"이라고 말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자신이 해야 할 일, 즉 자신의 도를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불행히도 죽음이 다가올 수 있다. 그렇지만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그것이 바로 천명인 것을.

동양의 사유 전통에서 이상적인 인격, 즉 '군자君子'이든 '진인眞人'이든 모두 생사生死에 초탈했던 이유는 다른 데 있었던 것이 아니다. 그들은 모두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극한에 이를 때까지 최선을 다해 수행했던 사람들이었다. 그 한계 상황에서 불행히도 죽음이 자신을 반기게 되더라도 그들은 그것을 기꺼이 받아들였던 것이다. 아니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죽음을 앞두고도 당당할 수 있었다. 그들은 삶에 더 이상 미련이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다 해본 사람이 어떻게 자신의 삶에 미련을 가질 수 있다는 말인가? 이런 비극적 당당함이 요약된 구절이 바로 '진인사대천명'이란 짧은 구절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난 뒤, 조용히 그 결과를 기다리는 태도, 어떤 결과가 나오든 기꺼이 수용하는 태도! 이것이 바로 맹자 이후 동양의 지혜로운 이들이 '진인사대천명'이란 구절로 우리에게 말하고자 했던 것이다. 종교에 맹신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인 오늘, 우리가 깊게 되새겨볼 가르침이다.


- '철학이 필요한 시간(강신주) - 마음을 다한 후에 천명을 생각하다(맹자, 『맹자』)' 중 본문 109p~110p에서 -
Posted by HanbajoKh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