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Books2009. 10. 14. 11:55

- 저자 : 차병직
- 출판사 : 홍익출판사
- 출간일 : 2009. 06. 15
- 분량 : 360p


○ HanbajoKhan

 

합법적으로 재산을 축적하는 행위는 정당하고 결코 비난받지 않는다. 부는 깨끗한 것이라는 전제가 모두를 안심시켜 준다. 부를 축적하는 노력은 자유경쟁 시장에서 이루어진다. 경쟁에서 이기면 부를 움켜쥘 수 있고, 거듭 이기면 부를 축적할 수 있다. 그리하여 경쟁은 매혹적이고, 환상적인 게임이 된다.


여기서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될 중요한 부분이 있다. 첫째, 합법적인 경쟁에서 자신의 능력으로 이기기만 한다면 부는 무한으로 축적할 수 있는가? 또 자신이 축적한 재산은 완전히 자기 소유이며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가? 이 두 가지 물음에 대한 대답이 너무 명백한 나머지 질문 자체가 생소하게 느껴질지 모르겠다. 어떤 이는 질문하는 사람의 사상을 의심할 수도 있겠다. 모두들 질문으로 던진 두 가지는 바로 민주주의가 보장하는 사유재산제도의 핵심이라고 믿고 있을 테니까.


하지만 사회의 근원적인 불행의 씨앗이 그러한 믿음에 있다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 내가 재산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오직 다른 사람과 비교했을 때 가치를 지닐 뿐이다. 만약 모든 사람이 똑같이 백만 원씩 가지고 있다면, 그 돈은 큰 의미가 없다. 못 가진 사람이 있을 때 가진 사람의 재화가 가치를 발휘한다. 못 가진 사람이 없다면, 가진 사람도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경쟁에서 쟁취한 승리는 자신의 능력과 노력이 두드러진 효과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그래서 승리가 정당화된다. 여기엔 아무런 의문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경쟁에서 이긴 결과는 항상 자신의 노력과 능력 때문만은 아니다. 진 사람이 있기 때문에 이기는 일이 가능하다. 만약 모든 사람의 재능이 동일하고 똑같이 성실하다면, 극 경쟁의 결과는 어떻게 되겠는가? 순전히 운에 의해 순위가 결정되거나, 아니면 끝없는 무한 결쟁이 되고 말 것이다.


타고난 재능이나 노력 때문에 그 결과가 완전히 자기 것이 될 수도 없다. 경쟁자들이 패했기 때문에 그런 결과가 발생할 수 있었다는 사실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쟁에서 뒤진 사람의 무능이나 나태함조차도, 그것이 이긴 사람의 영예나 쾌감에 기여하는 바는 있게 마련이다. 이것은 결코 역설이나 궤변이 아니다.


공부도 다를 바 없다. 많은 사람들이 선망하는 대학의 정원이 100명이라 하자. 어느 해 그 대학에 합격한 학생은 자신의 지적 수준이 우러러볼 만한 데 이르렀기 때문이 아니라, 전체 응시생 중에서 100위 안에 들었기 때문에 행운을 차지할 수 있었다. 바꿔 말하면, 자기보다 시험 성적이 나쁜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합격선을 넘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모든 경쟁에서는 지는 사람 때문에 이기는 사람이 생긴다. 그러므로 이긴 사람은 자신이 경쟁에서 이긴 대가로 차지한 유리한 지위나 결과를 두고 진 사람에 대해 부채감을 느껴야 옳다. 그래서 이긴 결과물은 완전히 자기 것이 아니라고 깨달아야 하며, 그 중 일부는 내놓아야 마땅하다.


그렇다면 도대체 경쟁에서 얻은 몊 퍼센트가 자기 것이며, 몇 퍼센트를 내놓아야 한다는 말인가? 물론 그 비율은 자율적으로, 그리고 사회적 합의에 따라 정해질 수밖에 없다. 간디처럼 뛰어나게 도덕적인 인간은, 당장의 욕구 때문에 자기에게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소유하는 일은 그만큼 남의 몫을 훔치는 행위와 동일하게 평가했다.


보통의 사람들에게, 그것도 경쟁의 승리자에게 그렇게 과도한 요구를 하는 일은 무망하다. 단지 경쟁을 통해 얻은 이익이 모두 자기 것이 아니라는 사실만 알면 된다. 자기 소유 재산의 일부를 헐어 다른 사람을 위해 내놓는 행위가 순전히 자발적 자비심이나 동정심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당연히 해야 할 사회적 의무라는 점을 개달으면 된다. 그래야만 우리가 경쟁을 계속 유지할 수 있고, 아이들에게도 열심히 하라고 격려할 수 있다. 바로 그것이 정의의 상식이다.

 

- '상식의 힘 - 상식을 뒤엎을 줄 아는 상식' 본문 310p 중에서 -


상식이란 무엇인가?
저자는 상식이란 보통 사람들의 정상적인 판단력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상식이라는 말에는 그 자체로 자명성을 갖고 있지만 정확하게 알 수 없는 애매함도 포함하고 있다.
그래서 상식은 진리에 가까운 것일 수도 있으며 반면에 진리와는 거리가 먼 것일수도 있다.

이러한 상식의 양면성 때문에 우리는 우리의 상식이 다른 이들의 상식과는 다를 수 있으며 그 다름이 틀림이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책속에서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이민을 간 이의 사과사기 경험처럼, 우리에게는 시장 거래에서 보다 우리 자신을 위한 거래가 지극히 상식적인 반면, 다른 낯선 곳에서는 그런 거래가 이기주의적인 것으로 폄하되고 다른 이에 대한 배려가 더 우선적으로 실행되는 것이 그곳의 상식인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그 두 곳의 상식은 어디가 옳은 것일까?
둘 다 맞는 것일까?
그럼 어느 쪽이 더 나은 것일까? 더 나아가서 어느 쪽을 취해야 마땅한 것일까?
그 마땅한 것이 상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에서 더 이상의 희망은 보이지 않는다.
비관적일 수 있으나.. 적어도 '인간적'인 면모는.. 그리고 '인간다움'은 찾아보기 힘들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네는 그 마땅한 상식을 찾아 생각해 보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우리가, 우리만이 옳다고가 아니라.. 또 다른 상식이 있을 수 있으며.. 그 다른 상식이 옳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된다는 것이다.


그 마땅한 상식에 대한 고민을 요구하는 책이 이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생각이나 관점이 기존의 것들과는 조금 다른 방향에서 던지는 면이 많아서.. 읽기가 낯설 수도 있으나..
읽어볼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Posted by HanbajoKh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