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어보기2010. 6. 17. 09:46
[사진 출처 : My iphone 3Gs, 거제도에서]

1979년 어느 이른 아침, 뉴욕에 살고 있던 젊은 디자이너 패티 무어는 평소와 다르게 행동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침대에서 일어나자마자 자신을 노인처럼 보이도록 변장하고 있었다. 우선 자신의 몸을 보조기구에 묶어 허리가 굽게 만들고, 매혹적인 적갈색 머리카락은 흰색 가발로 감추었다. 눈썹도 노인처럼 회색으로 다시 그렸다.
그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진짜 노인처럼 느끼기 위해 자신의 귀를 막아 잘 들을 수 없도록 했고 특수한 안경을 써서 앞도 잘 볼 수 없게 만들었다. 이렇게 자신의 실제 나이보다 세 배나 더 늙게 변신한 패티는 자신의 길을 안내해줄 지팡이 하나를 들고 세상밖으로 나갔다. (13p)
 

데브 팻나이크 지음, 주철범 옮김, 현용진 감수 '와이어드 - 우리가 그들이고 그들이 곧 우리다' 중에서 (이상미디어)

공감(empathy)이야말로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입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지요.
 
이는 비즈니스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고객과 공감하는 기획자, 마케터, 영업자를 갖고 있는 조직만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임원이 이코노미석을 타지 않는 항공사가 고객과 공감하며 계속 수익을 내기는 힘들겁니다.
 
1970년대 말 뉴욕의 젊은 디자이너 패티는 코카콜라 병 디자인으로 유명한 레이먼드 로위에 갓 입사한 신입사원이었습니다. 어릴 때 할머니와 함께 살았던 그녀는 냉장고 디자인 콘셉트 회의 시간에 디자이너들이 노인층을 배려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할머니가 나이가 들면서 몸이 허약해져 감자껍질 벗기기, 우유팩 열기, 냉장고 문 열기가 힘들어지자 요리하는 즐거움을 포기한 것이 떠올랐습니다.
 
패티는 노인들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얻기 위해 행동을 시작했습니다. 노인들이 느끼는 대로 세상을 경험하기 위해 TV 방송국 분장사로 있던 친구의 도움으로 자신을 85세의 할머니로 변신시켰고, 길거리로 나갔지요. 세상은 노인들을 위해 디자인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노인과의 공감을 느끼는데 성공한 그녀의 눈에는 수많은 개선점들이 들어왔습니다. 그녀는 이 공감능력을 통해 자신의 사업을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 있었지요.
 
소통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절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공감'이 중요하겠지요. 고객이나 국민과의 공감이 필요할 때는 85세의 할머니로 분장하고 길거리로 나섰던 뉴욕의 한 젊은 디자이너 패티의 마인드를 떠올리면 좋겠습니다.

[출처 : 예병일의 경제노트 2010. 06. 16]
Posted by HanbajoKh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