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bajoKhan's Monologue

Cover Notice Taglog Localog Keylog Guestbook Admin Write

화내는 것에 관하여

from Extraction 2008/05/19 18:10

우리는 모든 것이 항상 지속할 것처럼, 다시 말해 모든 것이 자명하고, 삶에 그 어떤 신비도 없다는 듯 살아간다. 죽음은 바로 이러한 미몽의 베일을 찢고, 정작 우리가 이해한 건 하나도 없다는 걸 깨우치러 느닷없이 들이닥친다. 세상만물에는 무한정한 깊이가 있으며, 죽음은 그런 삶이 결코 자연이나 시간의 문제로 환원될 수 없음을 우리에게 말해준다. 죽음이 각인시키는 유한성이야말로 존재의 어마어마한 차원을 부상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흔히 생각하듯 내세의 차원이 아니라, 지금이 실존의 또 다른 차원 말이다.
그런 뜻에서 죽음 이후에 무언가가 있는지, 아니면 아무것도 없는지 따지는 일은 참으로 가소로운 일이 된다. 뭔가가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라, 죽음 이후에는 우리가 상상하는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차원, 이를테면 너무도 엄청나서 우리 존재가 마냥 하찮게 여겨질 수밖에 없는 차원이 펼쳐진다는 게 문제이다.
그렇기에 죽음에는, 서글프다기보다는 진지한 측면이 존재하는 것이다. 아울러 끔찍한 측면 또한 존재한다. 원래 삶이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심각하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바로 그래서 진지하고도 끔찍하다. 그걸 이해한다면 우린 삶을 진지하게 받아들였을 것이고, 아무런 서글픔 없는 충만함을 체험했을 터이다. 하지만 삶의 진지함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가볍게 받아들이고 체험했기에, 삶이 가져다주는 충만함을 전혀 알지 못한다. 우리는 절반의 삶, 그래서 서글퍼진 삶만을 체험해온 셈이다. 그 점이 끔찍하다.

- '슬픈 날들의 철학 - 죽음에 관하여' 본문 57p 중에서 - 


우리는 아무것도 잃고 싶어하지 않는다. 사물이든 생물이든, 모든 것을 차지하고 간직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하기에, 우리는 항상 불행한 상태이다. 여기서 또한 에픽테토스의 사상이 빛을 발한다. "누가 내 지갑을 훔쳐갔소"라든가 "내 아내를 잃었소"라고 말하지 말라 했던가. 그 대신 "나는 그것들을 우주에 되돌려주었다오!"라고 말하라는 내용이 그의 어록을 간추린 『제요』에 실려 있다. 현명한 충고라 아니할 수 없다. 소유하길 포기한 자는 아무것도 잃지 않을 테니 말이다. 덕분에 그가 사는 삶에는 상심이 있을 리 없다.

- '슬픈 날들의 철학 - 상심에 관하여' 본문 107p 중에서 - 

more..



현자 에픽테토스는 말했다.
"그대는 일의 추이와는 무관하게 그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사태가 벌어지기를 바란다. 그 결과 그대는 자기 인생은 물론 남들의 삶까지 망쳐놓는다. 예를 들어, 당장 내일 아침, 붐비는 거리에서 그대와 몸을 스친 행인에게 다짜고짜 투정을 퍼붓는 자신의 모습을 생각해보라. 도대체 달리 어떻게 되었기를 바라는 것인가! 그대는 사람들이 붐비지 않는 거리를 본 적이 있는가?"
 
섬세한 지적이다. 우리는 보통 우리가 바라는 대로 세상이 굴러가기를 원한다. 하지만 세상은 그 자체의 질서에 따라 굴러간다. 이런 분명한 진리를 깜빡하면 쓸데없이 불행해지기 마련이다. 우리는 실현되지도 않을 이상 때문에 공연히 투덜대기 일쑤다. 문제는, 그러다가 자칫 세상을 있는 그대로보다 더 나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결국 피하고자 하는 사태에 저도 모르게 휘말리는 아이러니를 경험하게 된다.

- '슬픈 날들의 철학 - 화내는 것에 관하여' 본문 114p 중에서 -
 

생각은 삶을 정돈하는 차원에서 삶과 충돌하는 것이다. 삶은 생각에 활력을 불어넣는 의미로 생각과 충돌하는 것이다. 자유로운 정신의 소유자는 그 점을 십분 이해한다. 그런 정신과 충돌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또한 그런 정신은 자신의 문제들을 모두 해결한 상태를 보여준다는 말도 있다. 초월이란 바로 그러한 자유와 동의어이다. 적극적인 참여이지 도피가 아닌 것이다.

- '슬픈 날들의 철학 - 초월에 관하여' 본문 234p 중에서 -

HanbajoKhan
2008/05/19 18:10 2008/05/19 18:10
Tag // 느낌한구절, 발췌, 상심, 죽음, 철학, 초월, 화
받은 트랙백이 없고, 댓글이 없습니다.

Trackback Address >> http://www.hanbajo.com/tt/trackback/373

Category

전체 (535)
Reading (131)
Viewing (18)
With Books (159)
인문/사회 (48)
철학/역사 (29)
비즈니스/경제 (26)
문학/수필/여행 (32)
자기관리/기타 (24)
Extraction (111)
Music (44)
Monologue (30)
Photo Memory (42)
Routine (10)
여행 (25)
행사/공연 (2)
My Works (4)

Recent Post

  • 엄마를 부탁해
  • 지식인의 책무란...
  • 배신은 모두 나쁜가?
  • 우리 모두는 배신 앞에 속...
  • 과속스캔들 (2008)
  • 배신 (21세기를 사는 지혜)
  •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는...
  • 행복, 그것은 습관이고 삶...
  • 내 자유는 내가 죽은 뒤에...
  • 겉으로 너무 좋아보이면,...

Recent Comment

  • 담아 갑니다.........
  • 박영란 2008
  • 넵넵~^^ 저도 이책 완전 맘....
  • 용 2008
  • 요즘 읽고 있는책인데.. 저에....
  • 노란북 2008
  • 이 책 시리즈는 추천 만빵 들....
  • HanbajoKhan 2008
  • 요거 나도 읽고 있는 책이지....
  • dragon_zz 2008

Recent Trackback

  • Agricultural chemistry geor....
  • Agricultural productsin geo... 01/06
  • 쫑맘님에 의해 도서가격비교....
  • 도서가격비교 와비 2008
  • 기본적 분석 기술적 분석하는....
  • Rich Korea (대한민국 1% 부... 2008
  • 새로운 실패를 위해 : 실패의....
  • 오선지위의 딱정벌레 2007
  • 모략의 기술 : 모략의 즐거움.
  • 오선지위의 딱정벌레 2007

Calendar

«   2009/01   »
일 월 화 수 목 금 토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

  • 2008/12 (17)
  • 2008/11 (23)
  • 2008/10 (21)
  • 2008/09 (22)
  • 2008/08 (22)

Link

  • SLR CLUB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 김광수 경제연구소
  • 김광수 경제연구소 포럼
  • 김형백의 컴퓨터 따라잡기
  • 나이트뷰(야경전문클럽)
  • 녹검의 검도이야기
  • 니콘클럽
  • 대구 포커스 - 사진과 함께...
  • 대구/경북 사진사랑모임 - 포...
  • 모닝스타코리아
  • 미래에셋 자산관리 캘린더
  • 서울 사이버 경영지도사 교육원
  • 쓰마야닷컴
  • 아이엑셀러 닷컴
  • 에셋플러스의 Rich Together,...
  • 예병일의 경제노트
  • 온라인 문법/철자 검사기
  • 웹진 가슴
  • 유디엠
  • 일검관 선해재
  • 진중권 블로그
  • 퍼굴이의 푸른공작소
  • 펜탁스클럽
  • 펜탁스포럼
  • 한국신용평가정보
  • 홍춘욱의 시장을 보는 눈
  • 황신혜밴드 김형태

1646

1351

-15 days

today : 208

<< prev 1 ... 164 165 166 167 168 169 170 171 172 ... 535 next >>
Today:208 Yesterday:1475 Total:131013 / Subscribe to RSS
HanbajoKhan's Blog Is Powered by TEXTCUBE, Designed by seev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