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bajoKhan's Monologue

Cover Notice Taglog Localog Keylog Guestbook Admin Write

호미

from With Books/문학/수필/여행 2007/05/15 09:20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저자 : 박완서
- 출판사 : 열림원
- 출간일 : 2007. 01. 29
- 분량 : 264p


○ 책소개

박완서, 어느덧 일흔일곱…

“요즈음 나이까지 건재하다는 것도 눈치 보이는 일”이 되었을 만큼,
“알량한 명예욕을 버리지 못하고 괴발개발 되지 않은 글을 쓰고”(263쪽) 싶어할까봐 밤낮으로 경계하여야 할 만큼,
한없이 낮고 두려운 나이.
어느덧 일흔일곱에 이른 소설가 박완서의 산문집 『호미』가 열림원에서 출간되었다. 『두부』 이후 5년 만에 독자들에게 내놓는 신작 산문집이다.
70여 년의 세월 동안 박완서가 겪은 “애증과 애환, 허방과 나락, 작은 행운과 기적들…”이 고스란히 이번 산문집에 담겨 있다. 애증과 나락마저도 박완서의 깊은 성찰을 통해, 묵직한 울림이 되어 전해져온다.

내 나이에 6자가 들어 있을 때까지만 해도 촌철살인의 언어를 꿈꿨지만
요즈음 들어 나도 모르게 어질고 따뜻하고 위안이 되는 글을 소망하게 되었다


박완서의 경건한 고백처럼,『호미』는 작가 주변의 자연과 사람들을 한없는 인내의 시선으로 물끄러미 바라보며 건져올린 경탄과 기쁨이자 애정과 감사다. “우리가 죽는 날까지 배우는 마음을 놓지 말아야 할 것은, 사물과 인간의 일을 자연 질서대로 지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가 아닐까”(22쪽), “땅은 내가 심거나 씨 뿌리는 것한테만 생명력을 주는 게 아니다. 바람에 날아온 온갖 잡풀의 씨앗, 제가 품고 있던 미세한 실뿌리까지도 살려내려 든다”(55쪽), “침묵이란 지친 말, 헛된 말이 뉘우치고 돌아갈 수 있는 고향 같은 게 아닐까”, “상상력은 남에 대한 배려, 존중, 친절, 겸손 등 우리가 남에게 바라는 심성의 원천이다. 그리하여 좋은 상상력은 길바닥의 걸인도 함부로 능멸할 수 없게 한다”(112쪽).
한결같이 박완서만이 들려줄 수 있는 축복의 문장들이다.

들판의 모든 것들,
시방 죽어 있지만 곧 살아날 것들,
아직 살아 있지만 곧 죽을 것들,
사소한 것들 속에 깃든 계절의 엄혹한 순환…


구리시 아차산에 자락에 살고 있는 박완서의 즐거움은, 꽃과 나무에게 “말을 거는” 일이다. 그루터기만 남겨두고 싹둑 베어버렸으나 죽지 않고 새싹을 토해낸 목련나무에 대고는 “나를 용서해줘서 고맙고, 이 엄동설한에 찬란한 봄을 꿈꾸게 해주어서 고맙다”고 말을 건다. 일년초 씨를 뿌릴 때는 “한숨 자면서 땅기운 듬뿍 받고 깨어날 때 다시 만나자고 말을 건다. 일년초가 비를 맞아 쓰러져 있으면 “바로 서 있으라고 야단”(15쪽)도 친다. 스스로 원경으로 물러서는 박완서의 마음밭은, 바로 그러한 수다와 속삭임으로 일구어낸 꽃들과 나무들 천지다. 오늘도 박완서는 새벽의 조용한 마음밭으로 나가 꽃과 나무들의 출석부를 부른다. 복수초, 상사초, 민들레, 제비꽃, 할미꽃, 매화, 살구, 자두, 앵두, 조팝나무……
모든 자연의 시작은 종말을 예고하는 법.
그러나 박완서는 종말이 새로운 시작을 불러오는 순환의 법칙을 일깨워준다. “작년에 그 씨를 받을 때는 씨가 종말이더니 금년에 그것들을 뿌릴 때가 되니 종말이 시작이 되었다. 그 작고 가벼운 것들 속에 시작과 종말이 함께 있다는 그 완전성과 영원성이 가슴 짠하게 경이롭다.”(45쪽)
자연의 엄숙한 순환인 시작과 종말 앞에서, 박완서는 겸허히 새로운 시작을 꿈꾼다.
“칠십 고개를 넘고 나서는 오늘 밤 잠들었다가 내일 아침 깨어나지 않아도 여한이 없도록 그저 오늘 하루를 미련 없이 살자고 다짐해왔는데 그게 아닌가. 내년 봄의 기쁨을 꿈꾸다니……. 가슴이 울렁거릴 수 있는 기능이 남아 있는 한 그래도 인생은 살 만한 것이로구나”(35쪽)

오늘날의 박완서를 지탱해주는
팔 할의 아름다운 영혼들


박완서는 이번 산문집에서 유독 맑고 아름다웠던 영혼들을 가슴 찡하게 추억한다. 세상에 대해 더없이 너그러웠던 그녀 주변의, 그녀보다 앞서 세상을 살다갔거나 여전히 우인(友人)으로 존재하는 어른들의 삶은 “길바닥의 걸인도 함부로 능멸할 수 없게” 하는 상상력의 힘을 우리에게 불어넣어준다.
박완서의 시어머니 되시는 분은 “종교도 없었고 학교도 안 다녔지만 인간을 아끼고 생명을 존중하는 경건하고 아름다운 영혼을 지니신 분”(165쪽)이었으며, 철저히 유교적이었던 할아버지는 측은지심과 수오지심을 사람의 근본으로 삼으면서도, 대처에 나가 있는 손자들이 방학해서 내려와 있는 동안 차례도 지내고 음식 장만을 하기 위해 양력설을 쇠도록 한 진보적인 분이셨다. “네가 싫은 것을 남에게 베풀지 마라. 잔칫집이나 친척집에 손님으로 가서 윗자리에 앉지 마라. 일꾼이 게으르게 굴었다고 품삯 깎지 마라”(168쪽) 등등 그분의 훈계와 뜻을 박완서는 오늘도 잊지 않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보배로운 이 시대의 기인”인 역사학자 이이화, “복 많은 사람” 김수근, “돼먹지 않은 걸 꾸짖고 혐오하실 때는 망설임이 없으”시던 시조시인 김상옥, “이름만 봐도 가슴이 따뜻해지곤” 하는 소설가 이문구 선생에 대한 박완서의 존경과 그리움이 주는 깨달음은 값지다.
[인터파크 제공]


○ 목차

- 책머리에

[1] 꽃과 나무에게 말 걸기
1. 꽃과 나무에게 말 걸기
2. 돌이켜보니 자연이 한 일은 다 옳았다
3. 다 지나간다
4. 만추
5. 꽃 출석부 1
6. 꽃 출석부 2
7. 시작과 종말
8. 호미 예찬
9. 흘길 예찬
10. 산이여 나무여
11. 접시꽃 그대
12. 입시추위
13. 두 친구
14. 우리가 서로에게 구인이 된다면

[2] 그리운 침묵
1. 내 생애에서 가장 긴 8월
2. 그리운 침묵
3. 도대체 난 어떤 인간일까
4. 좋은 일 하기의 어려움
5. 야무진 꿈
6. 운수 안 좋은 날
7. 냉동 고구마
8. 노망이려니 하고 듣소
9. 말의 힘
10. 내가 넘은 38선
11. 한심한 피서법
12. 상투 튼 진보
13. 공중에 붕 뜬 길
14. 초여름 망필
15. 딸의 아빠, 아들의 엄마
16. 멈출 수는 없네
17. 감개무량

[3] 그가 나를 돌아보았네
1. 그는 누구인가
2. 음식 이야기
3. 내 소설 속의 식민지시대
4. 그가 나를 돌아보았네

[4] 내가 문을 열어주마
1. 내가 문을 열어주마
2. 우리 엄마의 초상
3. 엄마의 마지막 유머
4. 평범한 기인
5. 중신아비
6. 복 많은 사람
7. 김상옥 선생님을 기리며
8. 이문구 선생을 보내며
9. 딸에게 보내는 편지


○ HanbajoKhan

살구꽃도 벚꽃도 매화도 우리 눈엔 어느 날 갑자기 활짝 피어나는 것 같지만 이렇게 미리미리 준비를 하는구나. 꽃망울이 얼어죽지도 말라죽지도 않게 보호하고 견디어내야 하는 겨울은 나무들에게 얼마나 혹독할까. 숙연해지는 한편 내년에도 살구꽃을 볼 생각을 하니 가슴이 울렁거렸다. 칠십 고개를 넘고 나서는 오늘 밤 잠들었다가 내일 아침 깨어나지 않아도 여한이 없도록 그저 오늘 하루를 미련 없이 살자고 다짐해왔는데 그게 아닌가. 내년 봄의 기쁨을 꿈꾸다니... 가슴이 울렁거릴 수 있는 기능이 남아 있는 한 그래도 인생은 살 만한 것이로구나.

- 본문 중 '만추' 35p -

난 소설이나 시 이런 것보다는 산문집을 좋아한다..
그냥.. 저자의 솔직 담백한 이야기를.. 그것도 사는 이야기를..
아무런 꾸밈없이 드러내고.. 그 드러냄의 솔직함(부끄러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과 담백함에 난 항상 끌렸었다..

나도 나이가 들면 저자같은 생각을 하게 될까?
평상시에도 나이듦에 대해서 아름답게 나이먹어가고 싶다라는 생각을 자주 하곤 하지만..
그 아름다운 나이 듦이란는 것 자체가 보이기 위한 과시하기 위한 나만의 또 다른 자존심의 발로가 아닐까?

자연에 수긍하고.. 받아들이며.. 넘치지 않고..
작은 생명의 움틀거림에 기뻐할 수 있고..
작은 생명의 도약에 축복해 줄 수 있는 나이듦의 경지에 나는 과연 오를 수 있을까?

굳이 종교적인 어떤 경지의 깨달음이 아니라..
우리네 할아버지 할머니.. 당신들이 걸어가신 그 경지에 나 또한 잘 갈 수 있을까?
그러기에는 너무 세속적이어서... 버리기 아까워서.. 추하게 늙게 되는 건 아닐까?

나도 저자처럼..
나이가 들든.. 지금이든..
자연의 아름다움을..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일상속에서 깨달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

HanbajoKhan
2007/05/15 09:20 2007/05/15 09:20
Tag // 리뷰, 박완서, 산문집, 책, 책세상, 호미
트랙백은 하나, 댓글이 없습니다.

Trackback Address >> http://www.hanbajo.com/tt/trackback/137

  1. Subject: 호미 by 박완서

    Tracked from Rockholic's Exciting World 2007/10/25 09:07  delete

    박완서님의 신작 '호미'를 읽었다.첫장을 펼치면서 직감했다. '이 책' 내 스타일이 아니구나. 내가 좋아하는 류의 책이 아니었다. '너무 반듯하고 착한 책'은 왠지 모르게 이질감이 든다.그래도..

Category

전체 (535)
Reading (131)
Viewing (18)
With Books (159)
인문/사회 (48)
철학/역사 (29)
비즈니스/경제 (26)
문학/수필/여행 (32)
자기관리/기타 (24)
Extraction (111)
Music (44)
Monologue (30)
Photo Memory (42)
Routine (10)
여행 (25)
행사/공연 (2)
My Works (4)

Recent Post

  • 엄마를 부탁해
  • 지식인의 책무란...
  • 배신은 모두 나쁜가?
  • 우리 모두는 배신 앞에 속...
  • 과속스캔들 (2008)
  • 배신 (21세기를 사는 지혜)
  •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는...
  • 행복, 그것은 습관이고 삶...
  • 내 자유는 내가 죽은 뒤에...
  • 겉으로 너무 좋아보이면,...

Recent Comment

  • 담아 갑니다.........
  • 박영란 2008
  • 넵넵~^^ 저도 이책 완전 맘....
  • 용 2008
  • 요즘 읽고 있는책인데.. 저에....
  • 노란북 2008
  • 이 책 시리즈는 추천 만빵 들....
  • HanbajoKhan 2008
  • 요거 나도 읽고 있는 책이지....
  • dragon_zz 2008

Recent Trackback

  • Agricultural chemistry geor....
  • Agricultural productsin geo... 01/06
  • 쫑맘님에 의해 도서가격비교....
  • 도서가격비교 와비 2008
  • 기본적 분석 기술적 분석하는....
  • Rich Korea (대한민국 1% 부... 2008
  • 새로운 실패를 위해 : 실패의....
  • 오선지위의 딱정벌레 2007
  • 모략의 기술 : 모략의 즐거움.
  • 오선지위의 딱정벌레 2007

Calendar

«   2009/01   »
일 월 화 수 목 금 토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

  • 2008/12 (17)
  • 2008/11 (23)
  • 2008/10 (21)
  • 2008/09 (22)
  • 2008/08 (22)

Link

  • SLR CLUB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 김광수 경제연구소
  • 김광수 경제연구소 포럼
  • 김형백의 컴퓨터 따라잡기
  • 나이트뷰(야경전문클럽)
  • 녹검의 검도이야기
  • 니콘클럽
  • 대구 포커스 - 사진과 함께...
  • 대구/경북 사진사랑모임 - 포...
  • 모닝스타코리아
  • 미래에셋 자산관리 캘린더
  • 서울 사이버 경영지도사 교육원
  • 쓰마야닷컴
  • 아이엑셀러 닷컴
  • 에셋플러스의 Rich Together,...
  • 예병일의 경제노트
  • 온라인 문법/철자 검사기
  • 웹진 가슴
  • 유디엠
  • 일검관 선해재
  • 진중권 블로그
  • 퍼굴이의 푸른공작소
  • 펜탁스클럽
  • 펜탁스포럼
  • 한국신용평가정보
  • 홍춘욱의 시장을 보는 눈
  • 황신혜밴드 김형태

1646

1351

-15 days

today : 208

<< prev 1 ... 399 400 401 402 403 404 405 406 407 ... 535 next >>
Today:208 Yesterday:1475 Total:131013 / Subscribe to RSS
HanbajoKhan's Blog Is Powered by TEXTCUBE, Designed by seev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