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식의 저주(The Curse of Knowledge)'라는 말이 있습니다. 1989년 한 경제학 학술잡지에 처음 소개되었지요.
예를 들어, 누구나 아는 노래 리스트를 첫 번째 그룹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선택하게 합니다. 그런 다음, 그 노래의 리듬을 생각하면서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리게 합니다. 두 번째 그룹 사람들이 이 소리를 들으면서 노래 제목을 맞히는 실험입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실험 결과 120곡 가운데 세 곡만 맞혔다고 합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실험 전에 첫 번째 그룹 사람들은 두 번째 그룹이 절반 정도는 맞힐 거라고 예측했다는 사실입니다. 들려주는 사람은 50퍼센트는 알아들을 거라고 예측했는데, 듣는 사람은 2.5퍼센트밖에 못 알아들었다는 얘기지요.
한마디로, 지식의 저주는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 나면 '그 분야에 대해 모르는 상태'를 상상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엔지니어들이 새로운 기능을 계속 개발하면서 리모컨의 버튼 수만 늘리는 것이 여기에 해당하지요. 소비자들이 버튼의 홍수 속에서 얼마나 헤매고 있는지 상상도 못하는 것입니다. 지식의 저주에 빠진 전문가들은 그 분야에 대해 다른 사람들과 얘기할 때 의식도 하지 못한 채 전문용어를 쏟아냅니다. 또 어떤 일에 착수할 때면 이제까지 쭉 해온 방식을 워낙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혁신이란 게 끼어들 여지가 별로 없습니다.
- '딜리셔스 샌드위치 - 왜 경제가 아닌 문화가 미래인가' 본문 93p 중에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