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항이 백어를 붙들고 "그대는 선생으로부터 특별한 가르침을 받은 것이 있겠지요" 하고 물으니 백어가 대답하였다. "아직 이렇다 하게 특별한 가르침을 받은 일은 없소만, 아버지가 혼자 대청마루에 서 계실 때 그 앞을 지나간 일이 있었소. 그때 아버지께서, 시를 배웠느냐 하고 물으시기에, 아직 못 배웠습니다 하고 대답했더니, 시를 모르면 말하는 법을 모르지 하시었소. 그래 그때부터 시를 배웠소. 그뒤에 또 아버지께서 대청마루에 서 계시는 앞을 지나가게 되었는데 이번에는, 예를 배웠느냐 하시었소. 아직 못 배웠습니다 했더니, 예를 모르면 사람 구실을 제대로 못하느니라 하시기에, 그때부터 또 예를 배웠지요. 이 두 가지 일밖에, 다른 일은 없었소." 진항이 이 말을 듣고 나가서 크게 기뻐하며 말하였다. "한 가지를 물어서 세 가지를 얻었구나. 시를 들었고, 예를 들었고, 또 군자는 제 자식을 직접 가르치지 않음을 알았다." -계씨편
- '저절로 아름다운 것들 - 이문(異聞)을 탐색하다' 본문 230p 중에서 -
죽음이 저세상으로 가는 것이라면 먼저 간 사람들이 터잡아놓고 나중에 오는 사람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옮겨가는 것이 죽음이라면 이 세상에서 사랑했던 사람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 터이니, 죽음이란 결코 두려워하거나 슬퍼할 일이 아니라, 육신을 벗어버린 우리의 모습은 어떻게 생겼는지 그리고 그곳에서는 또 어떤 어울림이 벌어지려는지 기대하며 따라가는 길이리라.
- '저절로 아름다운 것들 - 그때 인사동에 박이엽이 있었다' 본문 273p 중에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