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예로 1913년의 미국은 현재의 멕시코 정도의 발전 수준을 이루었지만, 미국의 제도 발전 수준은 멕시코에 비해 상당히 뒤처져 있었다. 미국 대부분 지역에서 여성의 선거권은 여전히 공식적으로 박탈된 상태였고, 흑인과 다른 소수 민족의 선거권 역시 사실상 박탈된 것이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또 당시는 연방 파산법(1898년)이 도입되고 겨우 10여 년이 지난 후였고, 1891년 외국인의 저작권을 인정한 지 20여 년 정도가 지난 시기였다. 더욱이 당시의 미국은 여전히 매우 미비한 중앙은행 체제를 갖추고 있었으며, 소득세는 이제 막 도입(1913년)된 상태였고, 실질적인 경쟁법은 클레이턴 법이 제정된 1914년에야 등장하였다. 증권 거래 또는 아동 근로에 관한 연방 법규는 여전히 존재하지 않았고, 소수의 주들이 갖추고 있던 법률조차도 매우 낮은 수준의 것이었을뿐더러 그 시행도 미흡하였다.
이런 예들에 비추어 볼 때 우리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경제 발전의 초창기에 있던 현 선진국들과 현 개발도상국들을 유사한 발전 단계에서 비교할 경우 당시의 선진국들은 매우 낮은 수준의 제도적 기반만 가지고 있었다. 당시 현 선진국들이 갖추고 있던 제도의 수준이 현 개발도상국들에 강요되고 있는 '국제 기준'에 훨씬 못 미치는 것들이었음은 따라서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 '사다리 걷어차기 - 제도와 경제발전(역사적 관점에서의 바람직한 관리 체제)' 본문 223p 중에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