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란 단어가 거창하게 들린다면 ‘나의 삶, 나의 일상을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해보기’로 풀어보는 것도 괜찮겠다. ‘포즈 필로’ 시리즈는 스쳐가는 일상 속의 목소리를 감지하고 거기서 시작되는 진솔한 철학하기를 보여준다. ‘포즈 필로’ 시리즈를 읽는 순간 독자는 일상에 대한 세심한 관찰자로서의 첫발을 내딛게 된다. 세심한 관찰은 하나의 생각을 낳고, 그렇게 나온 생각은 또 다른 생각을 낳는다.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답하기 위해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면 어느새 우리의 정신적 삶은 넉넉하고 풍요로운 세계에 도달한다. ‘포즈 필로’ 시리즈는 매일 똑같이 반복되고 바쁘게 돌아가는 생활을 잠깐 일시정지[Pause]시켜놓고, 저 깊은 심연에 가라앉아 있는 사유의 세계를 거닐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삶의 동반자 역할을 충실히 해낼 것이다.
슬픔 속에서 발견한 삶의 경이로움
인간의 삶은 이상과 구체적인 현실 사이의 괴리에서 비롯된 슬픔과 절망으로 가득 차 있다. 또 삶과 세상을 향해 쇠락의 눈길을 보낼 때 우리는 슬픔을 느낀다. 그러나 삶의 내용이 그런 슬픔과 절망에서 비롯된 허무나 무의식으로 점철되어 있다면 철학은 아무런 소용이 없게 될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무한에 대한 열망의 상실에서 비롯된 슬픔 속에 또 다른 얼굴이 존재한다고 말하며 슬픔에 관해 철학하기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인간의 사고란 무한을 향한 갈망과 떼어놓을 수 없는 것이기에, 거기에서 오는 슬픔 또한 인간으로 하여금 사고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슬픔 속에는 삶의 역동성이 숨어 있다. 그리고 의식은 슬퍼하거나 감동받을 줄 아는 감수성을 통해서 태어난다. 그것은 정제된 의식이며, 철학을 가능하게 해주는 사고의 발판이 된다. 슬픔이란 미처 체험되지 못한 우리의 무지와 한계에서 비롯된다. 그 점을 이해하는 즉시 슬픈 건 아무것도 없게 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슬픔 그 자체조차 더 이상 아프지가 않게 되는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슬픔이라는, 아주 오래된 주제가 가지고 있는 많은 질문들에 새로운 방식의 철학적 조명을 비춰본다. 이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독자는 인생에서 마주친 장애물들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기회로 탈바꿈하는 것을 느끼게 된다. 『슬픈 날들의 철학』은 슬픔에 잠겨 있느라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경이로운 삶의 국면을 펼쳐 보여줄 것이다.
[인터파크 제공]
○ 목차
- 슬픔에 관해 철학하기?
[1] 삶과 그 시험들
1. 시험에 관하여시간에 관하여
2. 질병에 관하여
3. 부당함에 관하여
4. 죽음에 관하여
5. 절망에 관하여
6. 비극적인 것에 관하여
7. 악에 관하여
8. 소외에 관하여
9. 고통에 관하여
[2] 마음과 그 번뇌
1. 영혼의 상태에 관하여
2. 상심에 관하여
3. 화내는 것에 관하여
4. 질투에 관하여
5. 우울에 관하여
6. 향수에 관하여
7. 권태에 관하여
8. 후회에 관하여
9. 불안에 관하여
10. 무관심에 관하여
[3] 지혜와 그 가능성
1. 부조리에 관하여
2. 책임에 관하여
3. 존재이유에 관하여
4. 지혜에 관하여
5. 낙천주의에 관하여
6. 명철함에 관하여
7. 행동에 관하여
8. 받아들임에 관하여
9. 초월에 관하여
10. 저항에 관하여
[4] 인간과 그 자산
1. 내면의 삶에 관하여
2. 내면의 인간에 관하여
3. 용기에 관하여
4. 마음에 관하여
5. 의지에 관하여
6. 끈기에 관하여
7. 상상에 관하여
8. 신념에 관하여
9. 영혼의 평정에 관하여
10. 위엄에 관하여
- 늙는 건 금지되어 있다!
○ HanbajoKhan
시간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그런 것이 아니다. 베르그송이 『창조적 진화』에서 언급했듯이, 본질적 변화인 시간은 파괴가 아닌 새로움 그 자체이다. 시간은 덧없이 흩어져버리는 것이 아니라 지속 그 자체이며, 천천히 조금씩 자신을 드러내는 새로움이다.
시간은 사물에 무언가를 보탠다. 그것은 감소가 아닐 확장이다. 존재가 스스로 전개할 수 있도록 수단을 제공하려면 일단 그것에 시간을 부여해야만 한다는 게 그 증거이다. 모든 것이 항상 단번에 주어지지는 않는 법이다. 삶이란 하나의 전개과정이며, 누구나 인내를 가지고 그 안에 자리를 잡는다.
죽음은 시간으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거부함으로써 오는 것이다. 그것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서 오지 않고, 살아가기를 그만둠으로써 온다. 세상을 자기 뜻에 따라 굴복시키고자 권력을 부리고 싶은 우리는 삶과의 인연마저 끊어버린다. 철저하게 굴복시켜서 말을 들어먹게끔 만들어야 할 적이 되는 것이다.
- '시간에 관하여' 본문 33p 중에서 -
따라서 흔히 하듯 죽음을 두려워한다거나 우리 맘대로 죽음을 부르는 따위의, 죽음을 머릿속에 굴리는 것은 하나마나한 짓이다. 죽음은 비존재이기에, 두려워한다거나 갈망할 그 무엇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죽음이 살아 있는 자들의 마음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그들이 죽음을 생각하기 때문이 아니라 죽음으로 빼앗길 삶을 생각하고 있어서이다. 사실 죽음은 아무런 느낌을 갖지 않는다. 그럼에도 죽음은 그로 인해 위로받을 수 있을 거라 상상하는 사람들에게 선망의 대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작 죽은 자는 죽음을 통해 위로받을 수가 없다. 왜냐하면 일단 죽고 나서는 아무것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죽음에 대한 우리의 생각은 그 자체로 오류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는 결코 죽음을 생각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삶에 대한 상상을 죽음의 실재와 혼동하는 가운데, 그저 우리 자신과 관련한 생각을 굴리고 있을 뿐이다.
- '죽음에 관하여' 본문 53p 중에서 -
구매한 지 시간이 꽤 지난 책이다..
이 한 권에 며칠을 지속적으로 읽은 책이 아니라 그동안 짬짬이 읽어냈던 책이기도 하다..
책 자체가 난해한건지.. 아니면 내 배경지식이 부족한건지.. 아니면 말을 어렵게 한건지.. 그것도 아니면 생각할 거리들이 많아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리 수월하게 읽은 것 같지는 않다..
글과 글 사이.. 단어와 단어 사이.. 주제와 주제 사이에서 헤메었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라서...
그래도 중간 중간 나름 공감대가 형성됐었던 부분도 있었기에 나름 만족도도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저자의 생각 위주로 흘러갔기에.. 독자와의 공감대에 대해 좀 더 열려있는 집필이었으면 훨씬 좋은 책으로 독자들에게 다가설 수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