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장에서의 논의를 통해 드러난 사실 가운데 중요한 것 한 가지는 현 선진국들이 국제 경쟁 속에서의 상대적 위치에 따라 정책 방향을 바궈 왔다는 것이다. 그 원인 가운데 일부는 교묘하게 준비된 '사다리 걷어차기'이지만, 그와 함께 과거를 현재의 관점에서 재해석하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도 일정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자신들의 '따라잡기 기간'에 있는 동안 현 선진국들은 유치산업을 보호하고, 외국의 숙련된 노동 인력을 빼돌렸으며, 선진국들이 수출을 금지한 기계를 밀수입하였고, 산업스파이를 고용하는가 하면, 다른 국가들의 특허권 및 상표를 계획적으로 도용하였다. 그러나 일단 자신들이 선진국의 대열에 오르면 자유 무역을 주장하고, 숙련된 노동 인력 및 기술의 유출을 금지하기 시작하였으며, 특허권 및 상표를 강력히 보호하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해서 한때 도둑질을 일삼던 이들이 하나씩 차례로 파수꾼이 된 것이다.
19세기에는 독일과 미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이 영국에 대해 반감을 지니고 있었다. 이것은 18세기에 그 어느 국가보다 강력한 유치산업 보호를 실행하였던 영국이 19세기에는 자유 무역의 장점을 역설하고 나서는 것이 위선적으로 비쳐졌기 때문이다. 오늘날 미국의 통상 문제를 협의하는 담당자들이 개발도상국에게 자유 무역의 장점을 역설할 때나, 스위스의 제약 회사들이 개발도상국에게 지적 재산권의 강력한 보호를 요구할 때 현재의 개발도상국들 역시 현 선진국들이 당시 지녔던 것과 같은 반감을 갖게 될지도 모른다.
- '사다리 걷어차기 - 경제 정책과 경제 발전(역사적 관점에서의 ITT 정책)' 본문 125p 중에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