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bajoKhan's Mono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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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재구성

from With Books/인문/사회 2008/01/12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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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하지현
- 출판사 : 궁리
- 출간일 : 2006. 10. 20
- 분량 : 328p


○ 책소개

드넓은 인생지도를 펼쳐놓고 길을 잃었을 때 다시 그려보는 관계 조감도!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관계를 맺으며 그 안에서 다양한 역할을 맡아야 한다. 때로는 그 관계의 가시 때문에 상처가 나 힘들어하기도 하고, 시간이 흘러 상처가 아물 때쯤 관계에 대한 기대를 일부분 포기하기도 한다. 오죽하면 직장인이나 학생들, 가족의 구성원들에게 무엇이 힘드냐고 물어보았을 때, 다른 것도 아닌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라고 이야기를 할까.
『관계의 재구성』은 다양한 관계의 틀들 중 열두 개를 골라 집중적으로 이야기함으로써 독자들이 세상 속의 ‘나’를 제대로 읽어나갈 수 있도록 했다. 저자는 특히 내면성장의 기초가 되는 열두 가지 관계의 과제를 영화라는 텍스트를 끌어들여 풀어냈는데, 대중영화의 등장인물과 드라마 전개는 특수성보다는 보편성을 담고 있고 성장의 코드를 풀어내는 데 제격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책은 내면의 아이가 성장을 멈춰버린 그곳을 찾아가 원인을 살펴보고 되도록 현실적인 처방전을 주려 노력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피할 수 없이 맞닥뜨려야 할 과제들 중, 시간의 축으로 마음은 아이인데 어른이 되라는 부추김을 받는 청소년기, 이제 빨리 한몫을 하라고는 하는데 내가 좋아하는 것과 해야 할 것 사이에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청년기, 아직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벌써 문 닫고 집에 갈 준비를 하라는 소리에 괴로움을 겪는 중년기로 나눴다. 중요한 관계의 축으로는 넘어서야 할 존재이자 모방해야 할 대상인 아버지, 영원한 라이벌이자 인생의 거울인 형제, 가족의 울타리 밖의 첫 관계인 친구, 가족을 만들어간다는 책임과 선택의 고민을 던져주는 배우자 문제를 다뤘다. 그리고 평생 언제 어느 때건 맞닥뜨리고 풀어야 할 난제들인 믿음, 사랑과 애착, 후회, 상실의 아픔을 따로 떼어 생각할 거리들을 던졌다.

어른인 내 안에는 성장이 멈춘 아이가 남아 있다!
물론 각자 자신의 열두 개의 관계틀을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이미 해결된 것들도 있을 것이고, 또 어떤 것은 아직도 자신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것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존재도 모른 채 성장이 멈추어버린 자기 안의 아이를 찾아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책의 역할은 충분할 것이라 믿는다. 자신 안에 멈춰선 아이는 어른으로 자라고 싶지만 상처를 들추고 싶지 않다는, 아픔을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다는 인간의 본능 때문에 그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나 자꾸 반복되는 인간관계의 어그러짐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실패한 관계의 과제들을 찾아내 어긋난 부분을 짜맞춰 미뤄졌던 성장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자기 안의 아이가 자라나 어른이 되어 지금의 생물학적 성장과 발을 맞출 수 있게 될 때 그 인생은 훨씬 여유롭고 만족스러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 안에 존재조차 알려지지 않은 채 방치된 아이는 아마 유년기 때 ‘신뢰’의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을 때부터 생겨났다고 볼 수 있다. ‘신뢰’는 태어나면서부터 차곡차곡 쌓아온 경험의 결과물이다. 내 몸에 대한 신뢰를 시작으로, 나란 인간의 내적 경계에 대한 확신, 가족과 사회에 대한 믿음, 그리고 세상이나 종교에 대한 믿음으로 점차 확장된다. 그런데 믿음이 깨지거나 의심을품게 되면 그 역순으로 방어막이 허물어진다. 그리고 급기야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근본적 의문까지 생긴다. 신뢰란 나란 존재의 가장 밑바닥을 깔아주는 반석이다. 이 반석이 존재해야 내가 있고, 또 관계가 있다. 그래서 관계에 대해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신뢰라는 영역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한다.

배배 꼬인 인생의 관계들을 제대로 풀어내 리모델링하고 싶을 때 던지는 물음들. 그 물음 속에 답이 있다!
자신에 대한 이러한 자신감과 확신감은 도미노 현상처럼 이후의 관계에 많은 영향을 미치면서, 다양한 관계 안에서 결국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유년기를 지나 소년과 소녀가 되어 청년기로 접어드는 길목에서, 지금 나는 어디쯤 와 있을까,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고, 어디로 가고 있는가, 또 내가 결정한 삶에 대해, 내가 하는 일의 결과에 대해 책임지고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등을 고민하게 된다. 또한 물론 어렸을 때부터 형제나 친구 문제로 갈등과 고민을 가질 수는 있지만, 성장하면서 그 고민의 폭과 간극은 점점 넓어지고 깊어진다. 즉 형제와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내가 남과 다른 부분이 있다면 그것을 부끄러워하는가, 아니면 그것을 나만의 개성이라 여기는가? 내가 갖고 있는 타고난 기질 중 바꾸기 힘든 부분은 무엇인가 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이제 인생의 전반전이 끝나고 휴식시간이 찾아온다. 첫 번째 사춘기가 처음으로 나의 정체감을 세워보는 것이었다면, 중년에 맞이하는 제2의 사춘기는 중간결산이고 정체감의 일대혁신을 꿈꾸는 마지막 전환점이자 시발점이다. 이 시기를 잘 준비하고 넘기면 인생에 대한 만족도가 한층 높아질 수 있다. 또한 이때는 외부의 시선을 거둬들여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때이다. 청년기에도 한 번 물어보았듯이,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말고 편안하게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이 뭐지?”라고 물어볼 때가 되었다. 결국 내 자신의 페이스가 중요한 것이며 세상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내 옆에서 나를 염려해주는 사람들만 있다면 인생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후 다종다양한 갈등 속에서 애증으로 얽혀 있던 관계라 하더라도 영원히 만날 수 없는 ‘죽음’ 앞에 다다르면 아픔과 상실에 대한 두려움과 집착 때문에 떠나보내지 못해 괴로워하게 된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인간이 온전하고 통합적인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소중한 사람의 죽음이란 큰 아픔을 한 번씩은 경험해야 하고, 지금의 내 삶과 내 주변의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결국 이렇게 죽음을 경험하고, 소중한 대상을 떠나보내고 나면 인간은 결국 유한한 존재일 뿐이라는 대명제를 받아들일 수 있다.

이 책에서 다룬 열두 개 관계의 축들 이외에도 인생에는 수많은 관계들이 포진하고 있다. 우선 이 책에서 제시한 관계들과 부대끼며 워밍업을 하면서, 상처 때문에 생긴 옹이들도 모두 나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좀더 다양한 관계와 본격적으로 만났을 때에도 성숙하게 제대로 실력발휘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인터파크 제공]


○ 목차

내 마음의 시계는 지금 몇 시인가?

1. 유년은 그 사람을 보여준다 - 아이와 부모
맨 처음 만나는 신뢰대상, 부모 | 놀이로 극복하는 유기 불안 | 아버지를 닮고 싶어요 | 신뢰는 대인관계의 윤활유 | 불신은 피해의식을 낳고 | 네 잘못이 아니야 | 나를 좀 잡아줘요 | 믿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 | 나와 너, 그리고 세상을 믿기 위해

2. 높고 두꺼운 벽을 넘어서 - 아버지와 아들
동성부모에게 느끼는 질투와 저항 | 저항 없는 동일시 | 아버지의 복수는 아들의 것? | 아버지로부터 홀로 서기

3. 소년과 소녀의 울타리를 벗어나 - 사춘기 아이들
이제 숙녀교육을 받을 나이 | '영원히'는 너무 길어 | 동상이몽: 웬디가 바라는 것, 피터 팬이 바라는 것 | 난 나예요, 더 이상 간섭하지 마세요!

4. 비슷한 시간대를 살아가는 또 다른 나 - 형제
형제는 질투한다, 부러워한다 | 가정은 무대요, 부모는 연출자가 되다 | 맏자식이 지고 사는 책임의 무게 | 형제라는 거울을 통해 익히는 다양한 페르소나

5.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아시나요? - 젊은이의 초상
내가 선택하지 않은 삶을 사는 사람들의 딜레마 | 정체성 문제로 충돌과 갈등을 겪다 | 왜 내가 해야 하지? | 자유와 힘을 조절하다 | 진지한 친밀감에 대하여 | 사람과 사람 사이 적당한 거리 찾기 | 네가 정말로 원하는 게 뭐야?

6. 왜 내겐 진정한 친구가 없지? - 친구
가는 길이 다른 네 친구의 인생유전 | 친구는 놀면서 친해진다 | 비밀을 공유하다 | 친구끼리는 미안한 것 없다 | 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아픈 것은 못 참는다 | 때로는 내 자아의 다른 모습으로 | 우정은 섹스 없는 연애다 | 놀라운 것이 하나도 없는 사이

7. 결혼이란 미친 짓? 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것? - 부부
결혼의 조건 | 지뢰밭처럼 위태로운 부부간 의사소통 | 하나가 되고픈 환상과 나를 지키려는 본능 사이 | 집착과 의심 | 꼭 확인해야 해? | 배반하면 끝장이야! | 자기애와 사랑 | 다름과 차이 인정하기

8. 사랑과 돌봄의 차이 - 사랑
사랑이 흘러간다 | 먹여주고 안아주고 쉴 자리를 주다 | 애착과 사랑의 차이 | 돌봄은 사랑의 충족조건이 아니다 | 사랑이 변하니? 응, 그래야 돼!

9.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시간들 - 중년
주연에서 조연으로 무대를 옮기다 | 인생의 반이 지났는데 | 현실의 벽을 인정해야 할까? | 중년에 맞이하는 제2의 사춘기 | 나는 소중하니까 | 강함에서 유연함으로의 전환 | 오늘은 내 남은 인생의 첫 번째 날

10.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면 - 공감
이심전심과 동상이몽 | 공감을 통해 사랑이 충만한 사람으로 거듭나다 | 공감과 동감 | 마음 읽기 능력을 시험해보다 | 아기적인 공감을 벗어나 | 나를 한 번 분석해봐 | 공감이 두려운 사람들 | 공감의 문을 여는 길

11. 후회스러운 것들은 생명력이 강하다 - 후회
나 돌아갈래! | 지워지지 않는 후회 | 기억을 모두 지우다 | 진정한 후회는 삶을 발전시킨다

12. 영원한 헤어짐, 살아남은 자의 슬픔 - 상실
정신분석가가 받아들이는 아들의 죽음 | 이별 후에 오는 것들 | 왜 내게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 영원히 떠나 보낸다는 것

내 마음의 참모습을 찾아가는 여행
참고문헌과 인용한 영화


○ HanbajoKhan

숨바꼭질이란 술래가 영원히 자기를 찾아내지 못하기를 바라는 놀이가 아니라, 그가 자기를 찾아주기를 바라는 놀이다. 그 과정을 반복하는 동안 아이는 술래와의 신뢰관계가 돈독해진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런 놀이를 통해서 아이는 사람과 세상에 대한 신뢰를 형성할 수 있고,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공포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어머니가 떠나버린 후 세상을 믿을 수 없게 된 프랭크는 누구도 믿지 못하고 사기행각을 벌이면서 정처없이 떠돌아다닌다. 그를 구원하는 길은 비어 있는 부분을 채워줄, 믿을 만한 대상을 찾아내는 데 달려 있었다. 그래서 프랭크는 위험을 무릅쓰고 칼과 연락을 계속하고 또 마지막까지 칼이 거짓말을 하는지, 그를 정말 믿을 수 있는지 시험했다. 그리고 결국 그의 말을 믿고 이 오랜 숨바꼭질을 끝낼 수 있었다.
- '유년은 그 사람을 보여준다' 본문 38p 중에서 -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동성 부모와 자식, 아버지와 아들, 딸과 어머니 사이의 경쟁과 그에 대한 저항, 그 때문에 생기는 불안감, 그리고 불안을 생산적으로 극복하고 또 부모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그와 똑같아지기 위해 노력하는 이상화와 동일시의 과정이다.
- '높고 두꺼운 벽을 넘어서' 본문 50p 중에서 -

어릴 때 가장 먼저 맡았던 형제의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언젠가는 한계에 부딪히는 날이 온다. 세상을 살면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인간관계의 한계, 조직생활의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 한 번 되돌아봐야 할 것은 내가 지금껏 잘해올 수 있었던 것은 운이 좋아 내가 가족 드라마에서 맡은 역할을 성인극에서도 맡은 덕분이었음을, 그래서 그 이미지를 그대로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다. 만일 그렇다면 지금껏 써온 오래되고 두꺼운 가면을 벗고 다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나의 변화를 채찍질해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다음 단계로의 도약을 위해서는 꼭 해야 할 일이 바로 나의 역할과 연기 패턴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변신이다. 그리고 변신에 필요한 가장 가까운 거울은 형제가 지금까지 비추어준 내 모습이고, 가장 가까운 가면은 내가 지금껏 보아온 형제의 그것이다.
- '비슷한 시간대를 살아가는 또 다른 나' 본문 119p 중에서 -

'미운 오리 새끼'를 읽는 이 시대의 문제점은 미운 오리 새끼가 백조가 되는 과정에서 왕따를 견디는 고난만 있을 뿐, 백조란 다른 종으로 변신하기 위한 개인적인 노력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그는 원래부터 다른 종족이었고, 실수로 다른 집안에 들어가 자랐던 것이다. 백조로의 변신 환상을 그런 점에서 꿈을 꾸는 사람에게 노력을 요구하지 않는다. 내가 사실은 멋진 집안의 버려진 아이일지 모른다는 '유기 환상(遺棄幻想)'을 자극한다. 많은 아이들이 부모에게 야단을 맞은 후 '사실은 내가 다른 집 아이일지 몰라'라고 상상하며 지금의 아픔을 삭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잃어버렸던 부잣집 아이가 사실은 자기일 거라 여기고 벌어지는 <위대한 유산>의 에피소드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아시나요?' 본문 135p 중에서 -

성인이 되고 나면 어릴 때와 달리 사회적 관계라는 것을 맺기 시작한다. 어릴 때 알던 사람들 수의 몇 배가 되는 사람을 얼마 되지 않은  시간에 알아간다. 어떤 사람은 우호적으로 나를 대하지만 어떤 사람은 이유 없이 나를 미워한다. 나 또한 어떤 사람은 마음에 드는데 어떤 사람은 보면 볼수록 마음에 안 들고 껄끄럽다 .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났다. 그런데 내가 마음을 열고 그에게 다가갔다가 혹시 그가 나를 내치기라도 하면 어쩌나 두렵다. 또 누가 내게 호감을 표현하고 다가온다. 그런데 너무 빨리 다가온다. 이러다가는 누구에게도 열어본 적 없는, 아니면 아무에게도 공개한 적 없는 공간이 열릴까 무서워 화들짝 문을 걸어 잠그거나 뒤로 물러선다. 이런 두려움 때문에 성인이 되어 알게 된 사람과는 어느 수준 이상 깊은 인간관계를 맺기가 어렵다.
이는 사람을 사랑하게 되고, 그 사람과 그저 친교 관계 이상으로 진행하는 데도 걸림돌이 된다. 사람을 사귀는 기술이 서툴러서 그런 것이 아니다. 내 안의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한 것이다. 바깥 세상을 한 번 볼까 하여 문을 열어싿가 아직 날이 풀리지 않아 찬바람이 불자 재채기를 하고 몸을 부르르 떨고는 '아직 봄이 오지 않았어. 봄이란 오지 않는 것인가봐'하고 중얼거리며 문을 걸어잠그고 웅크리는 사람과 같다. 그런 사람은 자신의 섬에 들어가 지낸다. 그리고 섬 안에서 자기가 원할 때만 배를 타고 잠시 뭍으로 올라와 볼 일을 보고 해가 지기 전에 돌아간다. 처음에는 불편했지만 어느새 삶이란 원래 그런 것인가보다 하고 당연하게 생각한다.
-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아시나요?' 본문 141p 중에서 -

어릴 때 엄마와의 사이에서 경험했던 '엄마와 나는  한덩어리'라는 공생적 친밀감과는 분명 다른 종류다. 유아 때 느꼈던 친밀감의 환상을 성인기에 적용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일반적 친밀함에 만족하지 못하기도 하고, 친밀감이란 감정 자체를 두려워하기도 한다. 친밀감이란 서로의 관계를 아주 가까운 거리로 당겨놓는 것이 아니다. 한 사람과 한 사람 사이에 최적읠 거리를 산출하는 것, 그리고 그걸 유지할 줄 아는 것, 그 안에서 만족할 줄 아는 것이 바로 성숙한 독립된 개체 사이의 친밀함의 요체다.
-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아시나요?' 본문 144p 중에서 -

'이심전심(以心傳心)'이란 말을 우리는 좋아한다. 내가 말로 표현하지 않더라도 상대가 내 마음을 알아서 내가 원하는 것을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한국인이 원하는 궁극의 커뮤니케이션은 어쩌면 이심전심과 염화시중의 미소로 텔레파시 통하듯이 오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사람, 믿었던 사람이 내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행동으로 뒤통수를 친다. 화가 나서 따지러 가면 "그랬어? 정말 몰랐어. 말을 하지 그랬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반응한다. 결국 내 마음 안에는 '야, 너랑 나 사이에 그걸 꼭 말로 해야 해?'라는 서운함과 야속함만 남는다. 이심전심의 아킬레스건이다.
나는 이만큼의 감정을 쐈지만 눈으로 확인이 되지 않는다. 내 방식대로 보낸 것이니 받는 쪽에서 제대로 온전히 받았는지도 확실하지 않고 계량을 할 수도 없다. 그런데도 내가 보낸 감정만큼의 보답이 오기를, 아니 그보다 더한 것이 돌아오기를 기대한다. 우리는 그것을 '정(情)'이라 부른다. 헤어지고 싶은 나쁜 놈하고도 '그놈의 정' 때문에 헤어지지 못하고 인연을 이어가는 게 우리네 정서다. 인연이 끊어져버리는 것보다는 차라리 나쁜 감정의 흐름이라도 있는 게 낫다고 여기는 것, 그것이 우리의 방식이다. 미움보다 무관심을 더 무서워한다. 그만큼 우리는 이심전심을 바란다. 그러나 현실은 '동상이몽(同床異夢)'일 뿐이다. 그것이 모든 오해의 시작이요 상처받는 첩경이다.
-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면' 본문 253p 중에서 -

아이와 부모, 아버지와 아들, 사춘기 아이들, 형제, 젊은이의 초상, 친구, 부부, 사랑, 중년, 공감, 후회, 상실....
동성의 부모와 경쟁하고 이길수없음을 알고 포기하고 오히려 동일시 하려고 하는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부터 피할 수 없는 우리네 삶의 화두 상실과 죽음에 이르기까지...

이 책은 우리네 삶 주변에서, 우리 자신과 맺어져 있는 수많은 관계 속에서 몇 가지를 골라 그 관계를 새롭게 내지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고 그 안에서 우리 자신의 진정한 행복을 위해 나아갈 수 있는 대안을 내밀고 있는 책이다.

사람은 자신의 견해를 지지해주는 글을 읽게 되면 특히 그 글에 호감을 갖게 된다.
이 책은 그런 관점에서 그간 내가 갖고 있었던 생각들과 비슷한 견해를 보이고 있어서 더 거부감없이 읽혔었던 것 같다.
그 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해석과 대안을 제시해 주는 것 같기에 더욱 읽는 즐거움이 컸었다.
'사회적 관계'라는 부분과 '이심전심과 동상이몽'이란 표현을 사용한 부분이 특히나 이해와 공감을 느꼈었다.

또 하나 참으로 한 가지 텍스트를 가지고 여러 가지의 생각거리가 나올 수 있구나라는 것을 느꼈다.
그 일례로 '미운 오리 새끼'라는 텍스트 하나를 가지고 참으로 많은 사색거리를 가질 수 있는 것 같다..
지난번 읽었던 책도 그렇고.. 여러 가지의 관점과 여러 가지 다양한 생각거리를 끄집어 낼 수 있으니 말이다..

사람과의 관계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면..
그로 인해 괴롭다, 왜 자신과 사회는 이모양일까 라는 생각이 든다면..
한번쯤 이 책을 집어들고 정신과 상담을 받는 것처럼 아니면 심리치료를 받는 것처럼.. 이 책에 빠져들어보면 어느 순간 편안해짐이 자신에게 다가와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모든 이가 그 기쁨을 누릴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해본다..

HanbajoKhan
2008/01/12 08:49 2008/01/12 08:49
Tag // 관계, 리뷰, 서평, 책, 책세상, 하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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